비 내리는 날, 내 안의 감정의 소리

오늘은 비 내리는 날이었다. 비올 때면 언제나 우중충하고 뭉게뭉게해지는 감정들이 내 안에서 소리 소리쳐왔다. 그래서 오늘은 그들을 한 번 들어보고자 일기를 써보기로 했다.

아침에 일어났을 때부터 비 내리는 소리가 창문을 통해 들려왔다. 비 올 때의 산들바람은 언제나 멜랑꼴리한 느낌을 가득 안겨주지만, 오늘은 그냥 피곤한 기분에 해를 바라보고 있었다. 어제부터 고민하고 있던 일 때문에 기분이 점점 무거워지는 건지도 모르겠다. 하지만 비 내리는 날씨와 함께 어쩌면 이런 기분을 해소할 수도 있을지도 모르지 않아서 조금은 기대도 되지 않을까 싶다.

출근길에는 평소보다도 사람들이 서둘러 다니는 것 같았다.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비와 함께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 몰려 있던 것이다. 이런 맥락에서 어쩌면 내가 혼자만 허우적거리는 건 아닐까 싶다. 그래도 내 안의 감정들은 여전히 소리쳐왔다. 그래서 일단은 마음을 가다듬고 집중해야 하는 일에 얼굴을 붙였다.

회사에서의 일은 예상했던 대로 그리 쉽지 않았다. 문제가 되는 부분들은 잘 안 풀려가는 것 같고, 주변 동료들의 도움을 받고 싶어도 어려운 상황이었다. 그래도 무작정 포기하지 않기로 다짐하고 한 발 한 발 나아가기로 했다. 비가 오는 날일수록 내기 모질게 느껴지지만, 아무리 힘들어도 나름의 나아갈 방향을 찾으면 그 복수는 얻을 수 있을 것이다.

점심 시간에는 퇴근길에 나오기 전에 꼭 해결해야 하는 일이 있어서 사무실에 남아있었다. 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하늘을 채우던 이 시간이 제법이나 내 기분과 닮아 있는 것 같아서 신기했다. 눈 밖으로 비탈 때는 어쩌면 내 마음 속에 쌓인 것들이 마구 타산지마 된다고 생각했다.

하지만 또 다르게 생각해보면, 비 내려오는 소리는 나에게 한 가지 함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기도 하다. 바로 앞으로 나아가려면 그동안 내 마음을 졸이던 부분들을 하나씩 정리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. 그래서 나는 오늘 비 내리는 날에게 한 가지 결심을 하게 되었다.

비가 멈출 때까지 비 내림 소리에 눈을 감고, 마음 한구석에서 소리쳐오는 감정들에 귀 기울여 들어줄 것이다. 그리고 그 감정들이 고마워지게 마음껏 발산될 때까지 기다린 후, 비가 그치면 함께 사라지는 그 순간에 맞춰서 나는 모든 것들을 다시 시작할 것이다. 이 비 내리는 날이 나에게 준 선물이라면, 허우적거리는 내 마음이 그 순간 소소하게 산들바람처럼 불어올 수 있는 듯하다. 그래서 오늘은 내 안에 감정들의 소리와 함께 그들을 노래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려고 한다.